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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곳.

기억하니? 그때 그곳 말야! 맞배 지붕에 낡은 기와가 얹혀 있던 그곳.... 딱딱한 황토 운동장이 비에 반드르 젖어 가던 그곳.... 본관까지 삼단으로 깍은 언덕에 개나리가 노랗게 물들던 그곳... 아름들이 꿀밤나무들이 운동장 가에서 거인처럼 보초를 서던 그곳... 비탈진 정문길을 뛰어 올라 가면 50년대식 길쭘한 건물 두동이 앞뒤로 있는데 1-1, 1-2, 2-1반은 뒷건물에서 중학생과 같이쓰고 2-2, 3-1, 3-2반은 교무실과 함게 앞건물에 있었던 우리학교 말야. 뒷동과 앞동 사이에 배꼽 높이의 수돗가가 있었는데 아카시아 꽃이 지는 요즈음 이면 하얀 꽃잎들이 눈물처럼 떨어지곤 했지. 앞동과 뒷동을 잇는 회랑이 있고 중간에 화장실 같은 화장실이 있었지. 그 뒤에서 선배들이 후달구는 소리가 났는데 단골로 불려가 푸닥거리를 한 친구가 누구더라? 화장실 뒤로는 강당이 있었다. 강당 한쪽 잔디밭에서 팔베개하고 눈이 시리게 푸른 하늘을 바라 보며 미래를 꿈꿨지. 우리들 그 강당에서 시위를 벌여 뛰쳐 나가던 생각도 나지? 강당 너머엔 매점이 있었네. 도시락은 쉬는 시간에 다 까 먹고 점심시간에 주먹 만한 공을 차며 내기를 하던 패들은 잘 있나? 그 패들 토요일 오후에도 라면 내기 께나 했을껄. 강당에서 운동장으로 가노라면 교련창고가 있었지. 나팔바지 얼룩무늬 교련복에 교모 끈을 턱에 걸고 목봉체조에 목총검술, 분열을 소리 맞추어 연습했지.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그때는 진지했어. 짜리, 생각나지? 드르륵 미닫이 문을 열면 우리들의 교실이야. 질풍노도 열혈청춘들이 하루를 보내는 곳이지. 면학도는 면학도대로 꾸러기는 꾸러기끼리 삼년 동안 수불석권 갑론을박 박장대소 일희일비 했던 곳이야. 쥐들이 뜀박질 하던 마루 위 낡은 교단에서 불독선생님과 한심선생님이 교탁을 정신봉으로 두두린다. 아-삼년 동안 끈임 없이 우리를 담금질 하던 두분들이여. 이젠 두분 다 고인이 되셨네. 좋은 곳에서 편히들 쉬실거야. 대대장패들, 덜덜이패들, 호국사패들, 그리고 우리패들.... 고향에서, 타향에서, 일신을 세우느라 고생 많았으이. 성공한 친구들, 실수한 친구들, 다 종이 한장 차이 일세. 반백년 하고도 팔년을 살으니 자랑도 부끄럼도 다 그게 그걸세. 이제 잠시 일상을 내려 놓고 5월 27일날 보자구. 잘난 친구, 못난 친구, 모두들 그저 정겨울 뿐이네. 고향 친구들이 일찌감치 올라가 자리를 펴놀 터이니 그대들, 소중한 홍천고 우리친구들 구름처럼 오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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